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신성한 사슴의 살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Colin Farrell as Steven Murphy)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 as Anna Murphy)
배리 케오간(Barry Keoghan as Martin) 래피 캐시디(Raffey Cassidy as Kim Murphy)
써니 술리치(Sunny Suljic as Bob Murphy) 알리시아 실버스톤(Alicia Silverstone as Martin's mother)
빌 캠프(Bill Camp as Matthew)
제작진
각본: 에프티미스 필리포우(Efthymis Filippou)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촬영: 티미오스 바카타키스(Thimios Bakatakis) 편집: 요르고스 마브로프사리디스(Yorgos Mavropsaridis)
제작: 앤드류 로우(Andrew Lowe) 에드 귀니(Ed Guiney)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현재 그리스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으로
전 작품들인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나 '알프스(Alps, 2011)', '송곳니(Dogtooth, 2009)' 등을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게 봐서 이번 작품도 기대되며, 특히 독특하고 참신했던 더 랍스터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인데 2017년 제 70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니 한층 더 궁금하고 흥미로움.
(더 랍스터에 이어 주연을 맡은 콜린 파렐은 이 시나리오를 읽고 구토를 했다는데;)
조금은 혐오스러울 수 있는 심장 수술 장면과 비장미 넘치는 교향곡의 오프닝은 이번 영화가
그리 평범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음을 어느정도 알려주는데 이어지는 병원 복도 시퀀스 역시 동료와의
일상적인 대화와 모습이지만 어디서 한번쯤 봤음직한 앵글과 무빙은 여느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
(수술장면은 실제 환자의 수술 촬영이며, 음악은 슈베르트의 스타바트 마테르 D383(Schubert.Stabat Mater D383))
기묘한 오프닝이 지나면 드디어 문제의 배리 케오간이 등장하는데..
그간 수많은 영화와 그 이상의 캐릭터를 봐왔지만 이렇게나 또 유니크하고 돋보적인 캐릭터는 진짜 오랜만으로
산만한 듯 흐느적거리는 태도나 초점없는 눈빛, 무성의한 말투 등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타입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뭔지모를 불안감이 서서히 옥죄이는 게 굉장히 불편할 정도.
특정 사건 없이 압도적인 외모도 아니고 인위적인 제스처도 없이 그런 감정을 전달하는 배리 케오간이 놀랍기만한데 극단적 다양함이 공존하는 그의 독특한 외모가 분명 한 몫을 하겠으나
캐릭터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뛰어넘는 연기로 베테랑 배우인 콜린 파렐과 니콜 키드먼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이번 영화는 완전 배리 케오간을 위한 영화!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 영화는 30분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색깔이 뚜렷해지고
50분이 지나면 티미했던 스토리가 수면으로 완전히 드러나며 미스터리한 배리 케오간의 정체도 밝혀지는데..
이후부턴 영화의 전개도 속도를 내고 장르의 성격도 더 확실하게 밀어붙여 몰입도 또한 높아지며
결말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지만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작품을 변주한 하이라이트나 엔딩의 해석은 아무래도 속 시원한 단답형이 될 수 없어 아쉬울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니 강렬하고 인상적인 마무리로 만족되고
약간의 고어적인 부분이나 초현실스러움을 넘어 괴이한 오컬트적인 부분 등도 난해할 수 있지만
영화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닌 극적 장치라 그것 역시 충분히 이해.
실내에서의 촬영은 어딘가 모르게 스탠리 큐브릭이 느껴지고 고전적인 음향과 편집은 알프레도 히치콕도
연상되지만 본인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비틀고 재창조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전작인 더 랍스터보다
훨씬 깊어지고 심오한 연출력으로 거장의 면모가 보이는데
이제 그리스만이 아닌 유럽 혹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확실하게 올라선 듯.
또한 영화 내내 인상적이었던 음향은 Sound designer인 Johnnie Burn이라는 인물인데 대단한 기량을 선보인 듯 싶고 풀 샷과 클로즈업, 세트와 로케이션에 따른 앵글의 변화 등 영화 흐름을 주도하는 최고의 영상을 보여준
촬영감독 티미오스 바카타키스도 향후 더 크게 이름을 남기리라 기대.
(강렬한 편집과 영상이 기억에 남는 블랙버드(Una, 2016)도 티미오스 바카타키스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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