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털 (2006), 히라노 게이치로, 양윤옥 옮김
데뷔작 '일식'이 일본 문단계를 떠들석하게 만들고 이윽고
1999년 마루야마겐지의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동일 나이지만 생일이 빠른 이유로 히라노게이치로가 경신
(이후 20세의 가네하라 히토미와 19세인 와타야 리사가 2003년 공동수상하면서 최연소는 19세)
하여 한때 국내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유명하다는 초기 3부작 일식(1989), 달(1999), 장송(2002) 모두 거들떠도 안봤었는데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히라노라는 작가가 땡겨 이것저것 챙겨보다 아무래도 첨 접하는 작가이고하니
단편이 부담도 적고 작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단편 모음집을 선택
- 청수淸水
- 다카세가와
- 추억
- 얼음 덩어리
총 4개의 단편에 사이즈도 아담
무엇보다 첫 단편 제목의 어쩔 수 없는 이끌림으로 순식간에 읽어갔으나
역시나 파격적인 지적실험이라는 추억에서부턴 현저히 속도가 느려지며
형식적인 실험의 연속인 얼음덩어리 또한 확 와닿지 않아
괜시리 깔끔한 마무리가 되지 못해 살짝 찝찝함까지
이 양반 작품세계를 지금까지 총 3기로 구분짓는데 1기가 위의 초기 삼부작
단편을 주로 집필했던 시기가 2기, 분인주의(分人主義)라는 최근까지의 4편의 장편이 3기라는데
한번도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4작품 모두 성격이나 형식적인 구성이 달라서 그런건지
동일작가라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가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나마 첫 소개된 '청수淸水'란 단편에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냄새가 가장 진한 느낌으로
삶과 죽음 시간과 기억 등의 철학적인 주제를 독특한 자기만의 문체로 써 내려간 게 인상적
두 번째 다카세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굉장히 노골적인 남녀의 하룻밤을 묘사하며
중간중간 첫 작품에서 보여준 문체가 나오지만 여튼 180도 다른 작품.
장문의 시를 해체해서 시어 자체를 흩어놓고 마지막 장에 완성된 시를 적어놓은 '추억'이나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이야기를 동시에 양쪽 면에 진행한 '얼음 덩어리'는
별로 탐구하면서 골몰하고 싶지 않은 작품 ㅎ
장편 몇 작품을 더 읽어봐야 좀 더 작가와 가까워지겠으나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할 때 천재 운운하며 일본 문단 전체를 뒤엎을 거처럼
과잉 오버했던 일본 특유의 정서가 떠올라 콧웃음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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