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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많은 것을 말하려다 깊이를 놓친 다큐 '쿼바디스 (QUO VADIS, 2014)'

쿼바디스 (QUO VADIS, 2014), 김재환

출연
이종윤(마이클 모어 역)  안석환(길 목사 역)  남명렬(예수님 역)  조엘 로버츠(크리스찬 역)  권병길(조목사 역)

원근희(전목사 역)  최승호pd   이상호 기자   이용마 기자
제작진
각본: 김재환  촬영: 장우영   편집: 안광섭, 고봉곤  음악: 김경  프로듀서: 강수현, 김명훈  제작/배급: 단유 필름

 

맛집 프로그램의 실상을 파헤친 신선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The True-taste Show, 2011)'로 주목을 받았고 

다음 작품인 'MB의 추억(Remembrance of MB, 2012)'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김재환 감독의 3번째 작품으로

전작들보다 더욱 무겁고 조심스러운 한국의 기독교 문제를 꼬집은 쿼바디스

(라틴어로 (주여 당신은) 어디로 가시나이까?)

최근 작품인 '미스 프레지던트(Mis-President, 2017)'가 이래저래 양쪽으로 잡음만 많았고 흥행은 저조했었는데,

과연 국내에서의 기독교라..

 

 

 

『교회는 점점 커졌고, 예수는 점점 작아졌다. 아버지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고, 아들 목사가 다음 주인이다.

   다들 탐욕에 미쳐버렸지만 교회엔 침묵만 흐를 뿐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누구의 가슴도 뛰게 하지 못한다.

   교회가 예수를 따르는 이들의 모임이라면 이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 한다.

   쿼바디스 한국교회? 그리고, 쿼바디스 한국사회?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그리스로 가서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되었다.

   유럽으로 옮겨가서 문화가 되었고, 미국으로 가서 교회는 무려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에 왔을 때 교회는 대기업이 되었다.

   교회는 무엇인가? 예수는 누구인가? 크리스천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인가?

   교회가 예수를 따르는 이들의 모임이라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쿼바디스 한국교회? 그리고, 쿼바디스 한국사회?』

 

3천억의 건축비를 들인 사랑의 교회를 비판하는 사랑의 교회 설립자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씨의 인터뷰로

시작되는 영화는 무거운 주제에 맞게 심각한 분위기의 음악과 웅장한 교회를 더욱 거대하게 보이게 만드는

앵글로 시사 고발 다큐치고는 매우 세련된 영상이라 의외였는데

도입부가 지나고 <한국교회 - 이제는 말해야한다>라는 다큐를 촬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마이클 모어 감독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반전.

대놓고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감독을 카피한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영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형식적인 의도외에는 큰 의미는 없는 단순 캐릭터 정도.

 

기독교(감리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의 모순되는 이중적인 모습과 이어지는 명분없는 걸프전의 참상, 

2007년 대표적인 기독교기업인 이랜드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 배임탈세 사건,

성폭행을 저질러도 아무런 징계없이 새로운 교회를 개척한 전병욱 목사 사건,

용역까지 동원하는 기득권세력의 일방적인 대한예수교 장로회총회, 일제시대와 독재정권에 부역한 기독교세력,

선거유세를 방불케하는 정치 선동하는 목사들, 대형교회의 불법적인 세습화, 개척교회의 현실적인 어려움,

무리한 외형성장으로 인해 빚더미에 오른 교회 등등


비단 일부겠으나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기독교의 문제점을 픽션과 논픽션으로 마이클 모어를 내세워 

너무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접근한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촬영이나 편집, 음악 등 기술적인 면에서

확실히 세련됐지만 위에서 열거한 많은 사건들을 보듯이 어느 하나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

대형화 기업화가 주된 메인인데 너무 많은 것을 사건 중심으로만 훑고 지나가니 제목만 거창해져 버렸고

두어가지 이슈만 선택해서 좀 더 집중적으로 들어갔더라면 보다 묵직한 다큐가 되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