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

홍기선 감독님의 유작 '1급기밀 (The Discloser, 2017)'

1급기밀 (The Discloser, 2017), 홍기선


출연

김상경(박대익 역) 최무성(천장군 역) 최귀화(남선호 역) 김병철(황주임 역) 김옥빈(김정숙 역)

서현우(차대위 역) 신승환(정인국 역) 이항나(희경 역) 이지원(박시원 역) 정일우(강영우 역)

김성민(영우 아내 역) 김경남(곽병장 역) 유선(캐서린 역)

제작진

각본:안영수, 최창열, 황영철   각색:채윤석   촬영:이두만   조명:강성훈   음악:장영규   미술:최치열 

편집:김상범, 김재범   제작:(주)미인픽쳐스, (주)디엔티미디어   배급:리틀빅픽쳐스

 

영화 '1급 기밀'은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와 2009년 현역 해군 장교였던

김영수 소령의 군 납품 비리 의혹을 폭로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기에 큰 기대를 받았지만

영화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에 갑작스런 홍기선 감독님의 사망사고가 더 충격적...

​(영화는 오랜 동료이자 후배인 이은 감독님이 후반 작업해서 완성함)

80년대 영화운동 1세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지금은 레전드가 된 서울대 영화제작 동아리 <얄라셩>부터

영화운동집단<서울영상집단>, 영화제작소<장산곶매>의 창립과 조직을 주도했는데 그 당시 만들어진

단편과 장편 등은 훗날 많은 영화학도들에게 필수 교재와도 같았으며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 역시

한국영화계의 주역이 될 만큼 현대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이었던 홍기선 감독님.

장편영화를 연출하면서도 입봉작인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Cutting sadness with the knife which sprouts from the heart, 1992)'부터 '선택(The Road Taken, 2003)', '이태원 살인사건(The Case of Itaewon Homicide, 2009)'까지 모두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사회고발 작품으로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사회문제를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으로 만들어왔는데

이번 작품은 2009년부터 약 8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준비했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일.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에게 어느 날,

  공군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 대위가 찾아와 전투기 부품 공급 업체 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익이 부품구매 서류를 확인하던 중 유독 미국의 에어스타 부품만이 공급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한편 강영우 대위가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하고, 이를 조종사 과실로 만들어 사건을 은폐하는 과정을 지켜본 대익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은밀한 뒷조사 끝에 차세대 전투기 도입에 관한 에어스타와 연계된 

  미 펜타곤과 국방부 간에 진행되고 있는 모종의 계약을 알게 된다.

  딸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지만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군인으로 남고 싶은 대익은

  [PD25시]의 기자 김정숙(김옥빈)과 손잡고 국익이라는 미명으로 군복 뒤에 숨은 도둑들의 만행을 폭로하기로 결심하는데…』

 

영화가 말하려는 메세지가 실화에 모티브를 얻고 또 그 실화가 보통 일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과장 좀 보태면 국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라 그런지

초반부는 힘을 많이 빼고 가볍게 유머러스하기까지한데 다큐가 아닌 이상 이런 출발은 매끄럽고 좋은 편.

화기애애하고 차분하게 전개되는 영화는 강대위의 비행기 추락 사건이 일어나면서

서서히 긴장감이 형성되며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지는데

중후반부까지 이야기의 개연성이라던가 인과관계 등이 자연스러워 몰입도 괜찮고 

어느정도 예상도 되는 결말이지만 흥미롭게 끌고 간다. 

다만 기다렸던 하이라이트는 충분히 영화적으로 더 극적으로 몰고갈 수 있었는데 

덜 포장된 채로 너무 정직하게 패를 보여준 느낌이라 좀 아쉽고

나름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도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엔 급격하게 실망스러운 연기라 난감할 정도.

크진 않지만 반전이라 할 수 있는 결정타도 있고 일정 부분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엔딩이라

어차피 픽션이고 대중영화이니 영화적 장치를 더해 이것저것 꾸몄더라면 훨씬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또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홍보나와 마케팅, 배급 부분에서도 안타까움이 많이 남지만

어찌됐든 저예산에 제작 당시 영화 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메세지를 진정성있게 전한 괜찮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