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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대단히 놀라운 역작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09)'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09),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샤를로뜨 갱스부르(Charlotte Gainsbourg as "She")    월렘 대포(Willem Dafoe as "He")

스톰 아체체 살스트롬(Storm Acheche Sahlstrøm as Nic)

제작진

각본: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촬영: 안소니 도드 맨틀(Anthony Dod Mantle)

음악: 크리스티앙 아이드네스 안데르센(Kristian Eidnes Andersen)   미술: 칼 줄리어슨(Karl Juliusson)

편집: 안데르스 레픈(Anders Refn) 아사 모스버그(Åsa Mossberg)

제작: 메타 루이스 폴다게르(Meta Louise Foldager)   수입: (주) 씨네라인 코리아   배급: (주)마운틴 픽쳐스

 

 

현대에 들어서 예술 영역, 특히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어려운 가장 친대중적인 영화라는 매체에서

하나의 사조를 만들려했던 덴마크를 대표하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그러나 애초 '도그마선언' 자체가 상업영화에선 말도 안되는 불가능한 규칙이라

특정 소수자들에게만 열렬히 환영받고 금새 시들어져버렸지만.


사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아주 선호하거나 작품들을 다 챙겨보진 않지만

최근 작품인 '님포매니악 볼륨(2013)'을 봤을 땐 전성기 시절과는 조금은 다른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 작품의 이전 이전 영화인 안티크라이스트는 어떨지.

 

『눈발이 아름답게 흩뿌려지고 있는 깊은 밤, 그와 그녀는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들의 어린 아들은 잠에서 깨어나 열린 창가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 창 밖으로 추락하고 만다.

  아들을 잃은 그녀는 깊은 슬픔과 자책감으로 점점 병들어 가고 그는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그들의 '에덴'으로 함께 떠난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현대판 아담과 이브의 애증이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경악스러운 결말이 그들 앞에 펼쳐지는데...』  

 

 

기존 라스폰트리에 감독 작품들 도입부가 상당히 강했는데 이번 안티크라이스는 아마 단연 탑일 듯.

이후 흐름은 인트로처럼 강하고 짧게가 아니라 느리게

그러면서도 꾸준히 옥죄여오는 긴장과 고통이 그 어떤 영화들과 비교할 수가 없으며

공포나 호러가 아님에도 에필로그 전까지 경직된 자세가 유지되는

엄청나게 묘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선사하는 어마어마한 작품!


영화는 비탄, 고통, 절망, 3명의 거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고  

제목처럼 적그리스도와는 직접적으로 상관관계는 없으나 이야기의 뿌리가 성서가 되기에

'안티크라이스트'라는 역설적이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는 단어를 정하지 않았나 생각. 

 

카톨릭과 마녀사냥, 가학과 피학, 원초적인 남성과 여성간의 본능과 대립 등

한없이 머리 아픈 표면적인 내용들은 결국 인간 자체의 원죄와 구원 등이 아닐까.

기괴하면서 신비롭기까지한 에필로그를 보면서 비로서

심오하기만 했던 이야기를 아주 조금이나마 어렴풋이 이해.


보통 유럽영화, 그 중에서도 작품성을 위주로 작가주의에 몰입한 감독들의 경우 내러티브보단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들과 영화적문법으로 객관적인 이해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나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상과 음향, 편집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갖추며 풀어갔다는 것에 대단.

심리치료사인 남편이 고통받는 부인을 치료하는 설정이 주는 자연스러움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시사회 상영 중 4명이 기절했다는 김기덕 감독의 '섬'

그 이상의 혐오스럽고 극단적인 표현 등을 견디고도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인 듯

또한 샬롯 갱스부르와 윌렘 데포의 연기는 이미 경지에 올라선 느낌 ㄷㄷ


유독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지만 왠지 조금은 과대평가 된 게 아닌가 ,

님포매니악을 보면서도 그런 기분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런 생각이 경솔하리만큼 이번 작품은 영화가 예술이라 말 할 수 있는 혹은 입증할 수 있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결정체!